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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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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솔) 나는 오뚝이 입니다.

2017년 11월 24일 13:47

관리자 2017년 11월 24일 13:47 조회 5518 트위터 페이스북

나는 나쁜 여자이고, 나쁜엄마입니다.

10년이 넘도록, 암흑같은 긴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황폐했던 시절을 되찾기 위해 다시 태어났습니다.

그 당시 남편은 몸이 아팠고, 합병이 와서 복수가 차 올랐고, 저염식으로 조리했습니다.

어떤 음식이 입맛에 맞을지 고민했고, 애써 만들어 주는 것마다 쓰레기통으로 골인했습니다.

싱크대에 우당탕탕 집어 던지며 꺼억꺼억 울었고, 오만 감정이 범벅이 되어, 남편과 나는 부둥켜안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배고픈 날이 많았고,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이 너무 많아서, 외식을 할 수도 없었습니다. 남편은 친구들이랑 외식하라고 했지만, 나마저도 남편의 음식 투정에 질려, 식욕을 잃은지 오래였습니다.

게다가 남편 때문에 힘들다는 핑계로, 늘 술로 배를 채우곤 했습니다.

급기야는 간경화 진단을 받았을땐, 황달에 복수도 차고, 간수치가 1500이 넘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죽으면 되지, 인생 뭐 별 거 있어?’ 라며 삶의 의욕을 잃었습니다.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매일 술로 살았습니다.

객지 나간 자식들은, 제 걱정에 귀찮을 정도로 전화했고, 남편은 따라다니며 술을 못 마시게 간섭했습니다. 주방 구석구석에 숨겨둔 술을 찾아 박살내고 나면, 나는 또 다시 술을 사다 나르는게 일상이었습니다.

아침 저녁을 가리지 않고, 비틀거리며 술 사러 가는일 외엔 바깥출입을 할 수가 없었고, 귀가 있어도 듣지못하고, 눈이 있어도 사물은 볼 수 없었으며, 입이 있어도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내 무덤을 파고 있었던 것입니다.

보다 못한 남편은 달래보고 폭언과 폭력을 썼지만, 그땐 이미 저항할 힘도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남편의 건강이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했고,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하면서도 간섭하는 남편이 없어 맘껏 술을 마실 수 있겠다며 쾌재를 불렀습니다.

얼마나 마셨는지...

눈을 떠 보니 병원이었고, 잠옷 바람에 온 몸에는 피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혼미한 상태로 딸집으로 함께 갔고, 가족들이 집 밖에서, 내가 어떻게 병원으로 오게 됐는지의 얘기를 듣고, 나의 어리석음이 바닥을 쳤다는 얘기에 치가 떨립니다.

이데로 죽었으면 참 좋았을텐데...’ 오로지 이 생각뿐이었고, 자식들에게 얼굴을 마주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나의 생각과는 무관하게 사위와 알코올 정신과 폐쇄병원으로 갔습니다.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여자가 그것도 남편을 병원에 두고 낯선 서울에서 말로만 듣던 지옥과 같은 경험을 했습니다.

격리되어 숨통 터지는 순간 죽고 싶다. 죽여주라하는 절실함 뿐이었고 시간은 속절없이 멈춰있는 것 같았습니다.

금단 현상인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고통과 싸웠습니다. 감정 기복이 심해 울다, 웃다, 옷을 입었다. 벗었다. 계단을 네 발로 기어 다녔습니다.

한달을 버티니, 심신도 조금씩 자유로워지고, 알코올 중독을 병이라고 받아들였습니다.

앞만 보고 삶에 지쳐 약물과 술에 지배를 받아 만신창이가 된 나를 돌아볼 기회도 얻을 수 있어서 좋았고, 병원에 신뢰감도 갔습니다.

프로그램에 열망도 가지면서 중독에 대해 검토했고, 술이란 얼마나 교활하고 지독하고 중독성에 병들게 하고, 가족들도 병에 시달리게 하는지 알았습니다.

괜찮아! 그래 지금도 안 늦어. 정신 차려야지!’ ‘남을 의식하지 않고 욕좀 먹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조금 후련해졌습니다. 늘 남에게 책잡히지 않으려고 용쓰고 산 것이 몹시 후회됐습니다.

나에게 많은 변화를 주신 주치의선생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프로그램과 강의에 열정을 다 했습니다. 3개월 만에 병원 문을 나왔습니다. 퇴원하는 날은 나의 제 2의 생일날입니다.

가족이 나를 버렸다고 원망했지만 나를 사랑했기에 재 탄생하도록 해준 가족들 품으로 다시 가게 됬으니 눈물나도록 고맙습니다.

퇴원해 병원에서 권장한 A.A모임에 나갔습니다. 창피하고 낯설어 망설였지만 나가다보니 나 혼자 힘으로 절대 단주가 힘들다는 걸 배웠습니다.

술 때문에 망가진 몸도 조금씩 회복되었습니다. 한동안 잃어버렸던 웃음과, 가족들에게 잃었던 신뢰감도 찾아갑니다.

맑은 정신으로 모든 사물을 긍정적으로 보게 되고 작은것에 감사하며 오늘 하루도 평온을 위해 긴장하고 있습니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는 지혜도 배웠습니다.

두려움도 덜하고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살고 싶은 의욕도 생겼습니다. 완치가 안되는 병이라 평생을 동반해야하고, 내 몫이라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여러분 소나기도 지나가듯이 고통도 아픔도 갈망도 지나갑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오늘 하루의 평온함을 위해 오늘 당당하게 이 자리에 섰습니다.

그동안 센터 여러 선생님들께 평소 노고에 감사드리며 우리들의 앞날에 평온과, 안녕을 빌면서 이만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