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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솔) 밤 꽃 향기

2018년 07월 03일 10:57

관리자 2018년 07월 03일 10:57 조회 5014 트위터 페이스북

지난 숲체험을 가면서 흐드러지게핀 밤꽃을 보았다.

잠시 정차한 휴게소에서부터 어느정도 달려 벗어날 때까지 밤나무들이 연이어 풍경을 만들어냈다.

그걸 보고있자니 갑자기 지난시절이 생각났다.

서른즈음에 ... 일산의 어느 시골동네에서 4개월가량 일한적이 있었다.

프리랜서로 이곳저곳 현장에서 조각과 벽화일을 하다가 몇 몇 현장의 수금이 안되고 결국 재정상태가 안좋아져서 박봉의 월급이었고, 일도 재미없었지만 일하게 되었다.

거긴 외진곳에있는 작업장이라 출근길도 멀고, 버스에서 내려 2쯤을 걸어 들어가야 하는 이름 그대로 안골이라는 동네였다.

실패로 인해 당시 일도 재미없고, 30분정도 걸어들어 가야하는 그 길은 매일이 고역이였다.

매일아침 머리아프고, 덥고, 짜증나는 출근길을 곰곰이 생각해 보다보니 그동네 집집마다 핀 밤꽃향이 역겹고, 짜증났던거라 결론내렸다. 그 시절 되는 일도 없고, 힘든 상황의 연속인데다 재미없는 일에대한 짜증을 그리 핑계댔었다.

그리고, 그때쯤에 처음 혼자 술마시는 습관이 시작되었고, 불만과 자학에 빠지며, 결국 자기연민으로 책임감과 의욕은 점점 떨어져갔다.

가끔 지나온날의 에피소드를 안주삼아 가끔 얘기도 했지만 그때의 불행과 걱정은 시간이 지나면서 지우고싶은 지난날이 되었다.

그런 밤꽃을 보고, 향도 맡았는데 오래된 기억의 역겨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경험이 당시 궁지에 몰리다시피한 내 불행한 생활과 감정의 투영이었을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늘 숙취와 고민으로 괴로운 상태에서 억지로 끌려가다시피 하는 출근과 생활을 주변에 투사하면서 감정적으로 더욱 고립 되었던 첫 시기 였음을 깨달았다. 자신감 넘치는 앞날을 그리기만 하다가 독립생활에서 현실적으로 처음 좌절을 맛보았던 시기였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 어떤 기회를 만나게 되고 나는 그곳을 떠나게 되면서 그때 불안한 감정을 잊고 살았던 것 같다.

하지만 종종 밤꽃을 보거나 향이 느껴지면 인상이 찌푸려지고 그때 기억이 떠오르곤했다.

그런 밤꽃 향을 이번 여행에 잠시 스쳐 지나가는 풍경으로 느껴졌고, 심지어 싱그러움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 했다.

그래... 불행은 그 안에 갇혀있으면 그 상태가 인생이 되고, 그 감정이 인격이된다.

하지만 과정이라 느끼면 다른 기분으로 접근해 오는듯하다.

밤꽃냄새를 맡으며 가는길의 끝이 지겨운 직장이라 느꼈을때는 악취로... 숲체험 가는길에 지나치는 풍경이라 느낄때는 향기로 느껴지는 데다 가을에 영글게 될 맛난 밤도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의 나는 긴 여정의 초행길... 시작점에서 조금 벗어났다.

앞으로 만나게 될 여러 경험들을 이번 여행에서 느낀 아름다운 경치로 여기며 목적지로 안내해주시는 여러 선생님들을 신뢰하면서 곧 만나게 될 즐거운 경험과 편안한 쉼을 기대하며 모든 단계들을 감사히 받아 들여야겠다고 다짐했다.